'셀프 조사'에 갇힌 직장 내 괴롭힘 제도, 이제 손봐야 한다
최근 입법예고된 시행령·시행규칙안은 특별감독 대상에 '폭언·폭행 및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거나 발생 우려가 있어 언론에 보도되는 사업장'을 명시해 개별 신고를 기다리지 않고 선제 감독에 나설 근거를 마련했다. 또 피해자가 회사 조사 결과에 불복해 재신고하면 노동청이 서류만 보고 종결하는 대신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재검토하도록 했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법안도 있다. 사용자의 조사·조치가 형식적이더라도 감독기관이 사후 확인·보완을 명할 근거가 없다는 공백을 메우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성권 의원 대표발의)이다. 피해근로자의 확인 요청, 중대한 피해, 의무 불이행 등의 사유가 있으면 고용노동부 장관이 사용자에게 자료 제출을 요구하고, 노동감독관이 이를 확인한다. 조사·조치가 부적정하면 재조사·재조치를 명하고, 불응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구조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캐나다 온타리오주는 노동부 감독관이 사용자에게 특정 자격을 갖춘 독립 조사관을 지정해 조사를 명령할 수 있고, 그 비용은 사용자가 부담한다. 호주는 공정근로위원회라는 독립 심판기구에 근로자가 직접 괴롭힘 중지 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 우리도 노동청 인력 증원과 별개로 변호사·공인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에게 조사 역할을 부여하고, 국가가 그 비용을 지원하는 협업 모델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직장 내 괴롭힘 제도의 다음 과제는 제도가 실제 공정하게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조사의 공정성을 담보할 법적 장치와 이를 뒷받침할 행정력이 함께 갖춰져야 한다. 숫자만 커지는 제도는 신뢰를 잃는다.
- #직장내괴롭힘
관련 업무 사례3건
비슷한 상황으로 고민 중이신가요?
법률 전문가에게 직접 상담해 보세요.
